내가 차단한 학생들 : 수업 중에 전자담배 피는 학생
참 별의별 유형이 다 있다
그것도 국제적으로
그리고 이 문화차이란 게 상상이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더라
난 꽤나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
수업 중에 전자담배 연기를 카메라에 뿜어대는 학생과 그 학생의 흡연 문제를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지 조언을 구했더니 그게 뭐가 문제냐는 식의 서양인 튜터들의 답변들까지
이 어메이징한 문화차이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
내가 이용하는 플랫폼은 학생 차단 기능이 있었지만 모든 문제를 차단으로써 해결할 수는 없는 법
어떻게 해야 누구의 기분도 상하지 않게 부드럽게 이 문제를 넘어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그 고민하는 순간마저 너무 괴롭더라
학생이 연기를 뿜는 그 모습을 상상만 해도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 얼굴이 터질 것만 같았다
아니 어떻게 해야 수업 중에 전자담배를 피워 아무렇지 않게
뼛속까지 한국인인 나에겐 정말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
혼자 고민하는 건 너무 어려워서 꽤 많은 국제 튜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
서양 튜터들은 하나같이 "너한테 직접적으로 피해 가는 것도 아니고 본인 집에 있는데 무슨 문제냐",
"그게 만약 그 학생이 공부하는데 편안한 상태로 만들어준다면 더 좋은 거 아니냐",
"너한테 돈을 내는데 당연히 괜찮지"(이 논리는 진짜 무식함. 그럼 학생이 돈 내니까 튜터를 모욕하는 말 등 어떤 무례한 짓을 해도 되겠네?)
"그건 그 사람의 문화이니 존중해야한다"(그럼 내 나라의 문화는? 존중은 쌍방이어야지)
등등
코로나 시절 온라인 수업 중에 전자담배 핀 교수 일로 기사까지 났던 한국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이 답변들에 뒷목을 잡지 않을 수가 없었다
그리고 여기는 도저히 말이 안통하는구나 싶어서 동양인 영어 튜터들에게 자문을 구했다
"일단 우리 문화권에서도 무례한 행동으로 통한다"라는 일관된 답변을 들었다
공감이 이렇게 멋진 것이야
꽉 막혔던 속이 싹 내려가는 것 같더라
그리고 어느 동양인 튜터로부터 들은 사이다 발언도 있었는데
"아무리 서양이 우리에 비해 더 자유로운 분위기라지만 과연 그 사람이 자신의 상사와 줌 미팅을 하고 있었다면 담배를 폈을까?"였다
그러네. 그래, 그 사람들도 그게 예의가 아니란 건 아는 거야. 단지 나와의 수업에서 예의 차릴 필요를 못 느꼈던 거지.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화가 났다.
근데 또 다른 어느 동양인 튜터로부터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
"그 사람은 신경 문제로 처방받은 마약성? 담배를 피우는 것일 수도 있다"고
그건 또 그래. 그럴 수도 있지. 미드에서 봤던 장면이 떠올랐다. 브나나 마지막 시즌에서 로사가 같은 문제로 처방받은 마약성? 담배를 피우던 장면이.
근데 그렇게 꼭 필요한 거면 사정을 미리 말하고 "피워도 될까?" 물어보는 게 그렇게 어려운가? 그게 맞는 수순 아닌가?
모르겠다
그리고 일단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니 한국의 정서상 그런 행동은 쉽게 용납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말해주는 게 그 학생이 나중에 한국에 와서 무례를 범하고 한국인들과 잘 섞이지 못하게 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교육 목적으로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지만 말하는 것 자체도 너무 스트레스였다
일단 학생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고 나에게 안 좋은 리뷰를 남길까 봐 불안한 마음까지 더해지니 더더욱 말하기 힘들었다
결국 그 학생이 휴가를 가서 구독을 일시정지한 사이 "내 교육 스타일과 네 학습 스타일이 조금 다른 것 같으니 다른 튜터를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"는 짧은 메시지를 남기고 차단했다
서양권 튜터들의 일관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그 남학생이 내 말에 수긍할 것 같다고 생각되지 않았고 담배 문제 이외에도 그 학생은 꽤 문제가 많은 학생이었다
기본적으로 말을 굉장히 무례하게 했다. 다른 학생들이 "아까 보여준 문장 다시 보여줄 수 있나요?"처럼 말한다면 그 학생은 "너 아까 그 문장 다시 보여줘야지"처럼 말했다.
나도 영어가 완벽하지 않고 그 학생의 모국어도 영어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있을 수 있는 실수라고 나를 다독여왔다
그러나 담배문제를 가지고 다른 영어 튜터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이 문제도 같이 물어봤는데 그 학생의 영어 수준으로 보아 그건 실수가 아니고 내가 기분 나쁘게 들었던 말들은 전부 무례한 톤이 맞다는 말을 들었다
그뿐 아니라 그 학생은 자신이 빨리 배우는 타입이라며(아니었음) 알파벳을 배운 뒤 셀 수 있는 만큼의 단어와 4개의 문법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대화형 수업을 하자며 우긴다거나(결국 중에 혼자 대화 수업을 준비하다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며 장문의 사과 메시지를 보내왔음) 원어민이고 강사인 내가 말하는 내용을 아닌 것 같다며 우기기까지 했다
이런 모든 것들을 고려했을 때 내가 아무리 말을 잘해도 이 학생의 이런 좋지 못한 태도들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결론이 나와 차단했다