내가 하는 일⚝/언어 과외꒰⍤꒱

내가 차단한 학생들 : 내 발음을 못 믿고 수업 중 검색하는 학생

케이 Kae 2024. 10. 27. 15:16

이런 황당한 일이 다 있다
이 남학생은 본인도 언어 강사라고 본인을 소개했다
말이 좀 통하겠구나 싶었다
본인도 과외를 하는 입장이라 수업 중에 무례한 행동은 자제하고 본인도 교수법을 아니 내 의도를 파악해 수업을 잘 따라와 줄 줄 알았다
 
이미 한글을 아는 것 같았는데 한글 수업을 원했다
그래서 이미 한글을 배운 거 같은데 또 배우는 게 괜찮겠냐 물었다 

자신은 내 결정에 뭐든지 따를 거라고 했다

이 말이 나를 전문가임을 인정하고 그런 당신의 의견을 신뢰한다는 말처럼 들려서 날 존중해주는구나 싶어 기분이 좋은 동시에 날 대우해 주는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부담감까지 가졌다
본인도 강사라 그런가 마인드가 좋구나 감탄하기도 했고
어쨌든 모음, 자음만 조금 알고 한글의 조합, 쌍자음, 받침 등까지는 배우지 않은 것 같아 한글 수업을 권했다
 
그런데 이렇게 비협조적일 줄이야
사실 나는 한글 수업이 꽤 자신이 있었다
완벽주의 때문에 항상 나 자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인데도 연상 기억법과 영어 사용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들까지 미리 준비해서 적용한 내 자료들이 그간 학생들에게 극찬을 받아왔고 한 번 설명을 들으면 복습하지 않아도 바로 기억해 내는 모습들을 한 번도 빠짐없이 매번 봐왔기 때문에

그런데 이 학생은 이미 유튜브에서 한글 강의를 듣고 공책에 써온 뒤 화면을 아예 보지 않았다

질문을 해도 본인의 공책을 보느라 대답하지 않았고 
최대한 친절하게 "화면을 봐줄 수 있나요?"하고 요청해도 그때뿐 다시 눈은 공책을 향했다
내 한글 수업은 앞 내용을 기억해야 뒷 내용도 가르칠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데 앞 내용을 보지 않으니 뒷 내용도 제대로 가르칠 수가 없었다
그리고 내 설명을 안들으니 이걸 어떻게 읽냐는 질문에도 즉각 답할 수 없었다
어떻게든 이 사람이 내 설명을 다시 듣게 하려고 틀릴 때마다 다시 짚어주는 느낌으로 재차 설명을 했는데 대충 대답하며 또또 듣지 않았다
결국 극히 일부만 들은 상태로 설명은 끝나고(수차례 집중해 달라 요청했음) 배운 걸 적용해 보는 시간이 되었는데 아까 설명한 모음의 발음이 헷갈린다며 뭐냐 묻길래 대답했다

그러니 "아닌 거 같은데?"하며 내 눈앞에서 구글 검색 후 발음 음성을 재생했다

그리곤 "내가 잘못 쓴 거였네?" 하더라(수업 중에 폰 메시지 확인도 자주 하느라 더더욱 수업 자료에 집중을 하지 않음)
나는 한국인인데 이 언어를 매일 쓰고 이 언어로 셀 수도 없는 책을 읽었고 이 언어로 수백 개의 리포트를 썼고 졸업 논문도 썼으며 회사에서 미팅도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실험도 했던 나인데 어떻게 지금 막 한글을 배우는 사람이 어떻게 나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걸까..
난 평소 최대한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하는 타입인데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
'이런 식이라면 이 수업이 의미가 있나?'싶었다
학생의 수업태도도 문제지만 나를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의 수업이 불가능할 거 같다는 결론이 났다
그래서 결국 차단했다
지금은 담담하게 쓰지만 당시엔 심장이 터질 것 같이 화가 났다
수업 내내 나를 무시하는 학생. 1:1 수업이라 그냥 두고 가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그 시간에 갇혀 그렇게 무안할 수가 없었다.
 
이 일이 개꿀이고 한국어만 할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을 믿지 말아야 한다. 세상에 쉬운 일은 절대 없다.
5개월 동안 이렇게 황당한 학생은 절대 하나가 아니었고 티칭의 난이도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
 
다른 일들도 계속 적어볼 예정...